방정환 19

방정환 - 욕심쟁이 땅 차지 (톨스토이 동화)

욕심쟁이 땅 차지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은 옛날, 한 시골에 몹시 욕심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암만 쓰고도 그래도 남을 돈과, 혼자는 주체를 못할 만큼 땅을 많이 가지고 있었건만, 원래 욕심이 사나운 사람이라, 땅만 보면 자기 땅을 만들고싶어하고, 돈만 생기면 땅을 사고 사고 하였습니다.그래 땅을 늘려 가는 데만 재미를 붙이고 살므로, 땅을 더 사기 위하여는음식도 잘 안 먹고, 옷 한 벌도 깨끗하게 못해 입을 뿐 아니라, 이웃 사람에게도 아무리 인정 없는 짓이라도 기탄 없이 하는 성질이었습니다.남에게 돈을 취해 주고는, 그 세 곱절 네 곱절의 땅을 빼앗아 버리고, 땅도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밥짓는 솥과 들어 있는 집을 빼앗아서, 그 걸로더 땅을 장만하고 하여, 굉장히 많은 땅을 가졌건만, 그래도 그의 욕..

이상한 샘물

이상한 샘물 옛날, 어느 산 밑에 아들도 딸도 없는 늙은이 내외가 살고 있었습니다.천냥(재산)이 없어서 가난하기는 하였지만, 영감님이나 마나님이나 똑같이마음이 착해서,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신세를 지지 아니하고 부지런히 일을하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이웃집에 마음 사납고, 게으르고, 욕심많은 홀아비 한 영감이 있어서, 날마다 낮잠만 자고 놀고 있으면서, 마음착한 내외를 꼬이거나 속여서 음식은 음식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속여서빼앗아가고 그러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매양 두 내외를괴롭게 굴고,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그래서, 이것을 아는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욕심쟁이를 다시 잘가르쳐서, 다시 길렀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이미 늙은 사람을어떻게 다시 길러내거나 가르치..

방정환 - 호랑이 형님

호랑이 형님 옛날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일입니다.지혜 많은 나무꾼 한 사람이 깊은 산 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길도 없는나무 숲속에서 크디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며칠이나 주린 듯싶은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그 큰 입을벌리고 오는 것과 딱 맞닥뜨렸습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있겠습니까,달아난다 한들 뛸 수가 있겠습니까. 꼼짝달싹을 못 하고, 고스란히 잡혀먹히게 되었습니다.악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기절해 쓰러질 판인데, 이 나무꾼이 원래 지혜가 많고 능청스런 사람이라, 얼른 지게를 진 채 엎드려 절[拜禮]을 한 번공손히 하고,“에구, 형님! 인제야 만나 뵙습니다그려.”하고, 손이라도 쥘 듯이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도 형님이란 소리에어이가 없었는지,“이놈아, 사람 놈이 나를 보고 ..

방정환 - 금도끼

금도끼 나무꾼 한 사람이 연못가에서 큰 나무를 베다가 번쩍 든 도끼를 놓쳐서 그도끼가 연못물 속에 풍덩 들어가 버렸습니다. 한없이 깊은 연못 속에 들어갔으니까 다시 찾을 생각도 못하고 나무꾼은 그냥 연못가에 쓰러져서 탄식을 하고 있노라니까 어여쁜 물귀신이 나와서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느냐고묻습니다. 그래 도끼 잃어버린 말을 하니까,“염려 말게, 내가 찾아다 줌세.”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번쩍번쩍하는 좋은 금도끼를 가지고나와서,“네게 이것이냐?”고, 물으므로 나무꾼은 정직하게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이번에는 좋은 은도끼를 들고 나와서 이것이냐고 물었으므로 또,“그것도 아니올시다.”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세 번째 또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이번에는 보통 쇠도끼를 ..

방정환 - 동무를 위하여

동무를 爲[위]하여1학교에서는 공부도 잘 하고, 품행이 얌전하여 5년급의 부급장인 칠성이는집안이 가난하여, 아버지가 반찬 가게를 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 돌아만 가면 밤이 들기까지 가게의 심부름을 하느라고, 매일 고달프게 지내는 터였습니다.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끔 가끔 길거리에서 칠성이가 비웃두름이나,미나릿단이나, 숯섬 같은 것을 지고 지게꾼처럼 사 가는 손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지마는 원래 공부도 잘 하고, 마음이 착하므로 아무도 그를 업신여기거나 놀리거나 하는 아이는 없었습니다.그런데, 그 칠성이가 웬일인지 학교에 아니 오는 지가 사흘째 되었습니다.오늘도 선생님이 출석부를 부르시다가,“김칠성이가 어찌해서 아니 오는지, 아는 사람이 없나? 아는 사람 손 들어봐라.”하셨지만, 아무도 손 드는 이..

방정환 - 작은 힘도 합치면

작은 힘도 합치면 어느 숲 속에 참새 양주(부부)가 있어서, 근처에 있는 개구리와 딱다구리를 동무 삼아 친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하루는 참새 양주가 양식을 구하러 멀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성질 나쁜큰 곰 한 마리가 와서, 참새집 지어논 나무 밑동을 흔들어서 참새집과 그속에 낳아 논 귀여운 알들을 모두 쪼아 놓고, 그 큰 발로 짓밟아 버리면서자못 유쾌한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집을 헐어 논 것도 분하고 원통한데 귀여운 알까지 짓밟아 없앤 것을 보고 기절하게까지 슬프고 분하여, 한 주먹으로 때려 죽여 원수를 갚아도 시원치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기네는 주먹보다도 적고 힘없는 몸이요, 곰은 바위만하게 크고 힘센 놈이니 어찌하겠습니까.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온종일 그 밤이 새도록 울고만 있었습..

방정환 - 4월 그믐날 밤

4月[월] 그믐날 밤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 절간에서 밤에 치는 종 소리도 그친 지 오래 된 깊은 밤이었습니다. 높은 하늘에는 별만이 반짝반짝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중이었습니다.이렇게 밤이 깊은 때 잠자지 않고 마당에 나와 있기는 나 하나밖에 없는것 같았습니다. 참말 내가 알기에는 나 하나밖에 자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시계도 안 보았어요. 아마 자정 때는 되었을 것입니다. 어두운 마당에 가만히 앉아 별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니까 별을 볼수록 세상은 더욱 고요하였습니다.어디서인지 어린 아기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속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들어서는 큰일 날 듯한 가늘디 가는 소리였습니다. 어디서 나는가 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고 찾다가 내가 공연히 그랬는가보다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방정환 - 과거 문제

過去 問題 [과거 문제]옛날 아주 옛날, 우리 나라에 몹시 어진 임금이 한 분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다스려가는 데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항상 백성들의 살아가는 모양을 보고 싶어하였습니다. 그래 가끔 가끔 한 지나가는 행인처럼복색을 차리고, 다만 혼자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백성들 틈에 끼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하였습니다.하룻밤에는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듯 싶은 쓸쓸스런 동네를 거닐려니까,어느 조그만 쓰러져 가는 집 속에서, 이상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들리었습니다.“대체 우습기도 하다. 노래하는 소리가 울음 소리 같구나!”하고, 임금은 가깝게 가서 그 다 쓰러진 오막살이집 뚤어진 창 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보니까, 이상한 일도 많지요. 이십 오륙 세 되어 보이는 아..

방정환 - 귀먹은 오리집

귀먹은 집오리널따란 연못에 하얗고 어여쁜 집오리 두 마리가 길리우고 있었습니다. 두마리가 모두 수컷이고, 모양도 쌍둥이같이 똑같았습니다.그 중 한 마리는 불쌍하게 귀가 먹어서, 사람의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다른 놈은 귀가 몹시 밝아서 사람들이 가는 소리로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잘 알아들으면서도, 귀먹은 오리를 잘 보아 주지 아니하고, 늘 속이기만 하였습니다.매일 세 차례씩 주인집 아이가 연못가에 나와서, 땅 위에 먹을 것을 줍니다. 그 때마다 귀 밝은 오리가,“사람이 먹이를 줄 때 잘못 어릿어릿하다가는 잡히기 쉬우니까, 내가 먼저 가서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 보아서, 위험하지 않거든 부를 것이니, 그때에 오라.”고 속이고 제가 먼저 가서 싫도록 먹은 후에, 겨우 귀머거리를 불러서, 나머지를 먹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