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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 작은 힘도 합치면

오마갓 2017. 7. 15. 00:52

작은 힘도 합치면


어느 숲 속에 참새 양주(부부)가 있어서, 근처에 있는 개구리와 딱다구리

를 동무 삼아 친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참새 양주가 양식을 구하러 멀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성질 나쁜

큰 곰 한 마리가 와서, 참새집 지어논 나무 밑동을 흔들어서 참새집과 그

속에 낳아 논 귀여운 알들을 모두 쪼아 놓고, 그 큰 발로 짓밟아 버리면서

자못 유쾌한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집을 헐어 논 것도 분하고 원통한데 귀

여운 알까지 짓밟아 없앤 것을 보고 기절하게까지 슬프고 분하여, 한 주먹

으로 때려 죽여 원수를 갚아도 시원치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기네

는 주먹보다도 적고 힘없는 몸이요, 곰은 바위만하게 크고 힘센 놈이니 어

찌하겠습니까.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온종일 그 밤이 새도록 울고만 있

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슬프게 우는 소리를 듣고 벌이 먼저 찾아와서,

“왜 이렇게 우느냐?

고 물었습니다. 참새 양주가 눈물을 흘리면서 어저께 당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힘이 없어서 나쁜 놈을 원수 갚지 못하는 것이 슬퍼서 운다.

고 하였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몸이 작고 힘이 약하지만 동료들이 있으니

까, 동료들이 서로 도와서 힘을 합치면 곰이 아무리 크더라도 여럿은 당하

지 못 합니다.

하고 즉시 날아가서 딱다구리와 개구리를 찾아보고 그 이야기를 다 전하였

습니다.

“동반자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하면서, 개구리도 딱다구리도 모두 나서서 참새에게로 모여 왔습니다. 여럿

이 모이면 꾀도 잘 생겨서 당장 좋은 꾀를 내었습니다. 벌이 맨 먼저 곰을

찾아가서 귓속으로 들어가서 쏘지는 않고 귓속을 살살 간지럽히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곰은 고요한 꿈 노래를 듣는 것같이 좋아하면서 그

냥 솔솔 잠이 들었습니다. 그 때, 숨어 있던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으기에

졸업한 입부리로 곰의 두 눈알을 쪼아 내었습니다. 곰이 장님이 된 것을 보

고, 벌은 곰의 귀에서 나와 이번에는 머리를 함부로 여기저기 쏘았습니다.

잠자던 곰이 놀라 깨어 보니, 두 눈은 캄캄하고, 머리는 따갑고, 그냥 어쩔

줄을 몰라 펄펄 뛰다가 물 속에 머리를 풍덩 잠그면 시원할 줄 알고, 

냇물을 찾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개구리가 그 근처 구멍이 깊이 뚫린

구멍에 가서 ‘개골개골’하고 크게 자꾸 울었습니다. 그러니까, 눈이 없는

곰은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고 거기가 시냇가인 줄 알고 깊은 구멍으로 들

이대고 머리를 쑥 떠밀다가 그냥 구멍 속에 거꾸로 박혀 깊이 깊이 빠져 들

어가서 죽어 버렸습니다.

〈《어린이》 7권 5호, 1929년 6월호,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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