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19

방정환 - 까치의 옷

까치의 옷옛날, 어느 산 속에 조그만 집 한 채가 있고, 그 집에 노파 한 분이 젖먹이 어린아기 하나를 얻어다가 기르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그 집 뒤꼍 담 안에 올빼미 한 마리와 까치 한 마리가 있었는데,올빼미와 까치는 서로 매우 친하게 지내고 또 주인 노파에게도 퍽 친하게굴었습니다.하루는 밤에 노파가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가기는 가야겠는데, 어린애 때문에 염려가 되어서, 얼른 가지를 못하고 주저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밤중에 이 깊은 산 속에 아기를 두고 가도 괜찮을까 하고,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언뜻 생각이 나서, 뒤꼍에 가서 나무 위에 있는 올빼미와 까치를 보고,“내가 마을에 잠깐 다녀올 것이니, 너희가 그 동안에 우리 아기를 잘 보아다구. 그 대신 잘만 보아 주면 내가 상으로 옷을 한 벌씩 만들어 ..

방정환 -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환갑, 진갑 다 지나서 허리가 꼬부라진 꼬부랑 할머니가 꼬불꼬불 꼬부라진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올라갔습니다. 고개를 넘어가다가똥이 마려우니까 다 쓰러져서 꼬부라진 꼬부랑 뒷간으로 기어 들어가서 똥을 누는데 꼬부랑 똥을 눕니다.무엇? 꼬부랑 똥이 어디 있느냐고? 할머니의 허리가 꼬부라졌으니까 똥도꼬부라져서 꼬부랑 똥이 나오겠지‥‥‥ 재미있지 않아요?그래 꼬부랑 고개 위에 꼬부랑 뒷간에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똥을 누는데 그 때 마침 허리가 꼬부라진 꼬부랑 강아지가 뒷간 밑으로 들어와서꼬부랑 똥을 먹습니다.그러니까 꼬부랑 할머니가 그것을 보고 더러워서 꼬부랑 지팡이를 집어 들고 꼬부랑 강아지의 꼬부랑 허리를 ‘딱’ 때렸지요.그러니까 꼬부랑 강아지가 꼬부랑 뒷간에서 꼬부랑 할머니의..

방정환 - 나비의 꿈

나비의 꿈어느 들에 어여쁜 나비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날마다 아침때 부터 꽃밭에서 동산으로, 동산에서 꽃밭으로 따뜻한 봄볕을 쪼이고 날아다니면서 온종일 춤을 추어, 여러 가지 꽃들을 위로해 주며 지내었습니다.하루는 어느 포근한 잔디밭에 앉아서 따뜻한 볕을 쪼이면서, 이런 생각을하였습니다.여신께서는 나를 보시고,‘즐겁게 춤을 추어 많은 꽃들을 기껍게 해 주는 것이 너의 직책이다!’하셨습니다.‘나는 오늘 지금까지 모든 꽃들을 모두 기껍게 해 주기 위하여, 내 힘껏하여 왔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좀더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후부터는 날마다 그 ‘더 좋은 일’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나비는 그 날도 온종일 재미롭게 춤을 추었기 때문에, 저녁때가 ..

방정환 - 두더지의 혼인

두더지의 婚姻[혼인]기다리던 설이 와서 기뻤습니다. 여러분! 과세나 잘들 하셨습나까? 이번새해는 쥐의 해니까 이번에는 특별히 쥐에 관계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재미있는 이야기니 조용하게 앉아서 들으셔요.저 충청도 은진이라는 시골에 은진 미륵이라는 굉장히 큰 미륵님이 있습니다. 온몸을 큰 바위로 깎아 만든 것인데, 키가 60척 7촌(약 18.4m)이나 되어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랗게 우뚝 서 있습니다.그 은진 미륵님 있는 근처 땅 속에 땅두더지 내외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데, 딸의 얼굴이 어떻게도 예쁘고 얌전하게 생겼는지, 이 넓은 세상에 내딸보다 더 잘 생긴 얼굴이 또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천하 일등으로 잘 생긴 딸을 가졌으니, 사위를 얻되 역시 이 세상 천지 중에 제일 높고 제일 윗자리 가는 것..

방정환 - 막보의 큰 장사

막보의 큰 장사1어수룩하고, 사람 좋고, 어리석어 터진 사나이가 있었습니다.이름도 우습게 막보라 하였습니다.어느 날 암소를 장에 끌고 가서, 십 원에 팔아가지고 돌아오는데, 연못 속에서 개구리들이 ‘개울 개울, 개울’ 하고 자꾸 울었습니다. 막보는 그 소리를 ‘구 원, 구 원’ 하는 소리로 듣고, 혼자 투덜투덜하였습니다.“저놈들이 알지도 못하고, 저런 소리를 하네. 내가 얼마에 팔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가장 아는 체하고, ‘구 원 구 원’이 무어야. 이놈들아, 구원이 아니라 십 원 이란다, 십 원이야…….”하면서, 연못 옆에까지 가까이 오니까, 또 물 속에서, ‘개울 개울 개울’하였습니다.막보는 화를 내면서,“저 못난 놈들이 그대로 구 원이라네. 이놈들아, 구 원밖에 모르니? 십원 이란다, 십 원……...

방정환 - 무서운 두꺼비

무서운 두꺼비지금으로부터 한 삼십 년 전 일입니다. 서울 새문 밖 어떤 능에서 제사 때에 쓰는, 은으로 만든 제사 그릇 여섯 개를 잃어버렸습니다.“큰일 났다!”하고 그 능에 드나드는 사람마다 얼굴빛이 변하여 어쩌나 어쩌나 하고 걱정걱정하지마는 그 중에도 능 참봉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라 걱정과 근심이 대단하여 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암만해도 이 능에 드나드는 사람이 집어 간 것이지, 딴 사람이야 어떻게집어 갔을 리가 있나…….’하는 생각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었으나, 자기들중에 누가‘내가 집어 갔습니다.’하고 자백하는 사람은 도무지 없고, 나중에는 능에 드나드는 사람의 집집을 모조리 뒤져 보았으나, 그래도 그릇은나오지 않아서 인제는 도저히 찾아낼 도리가 없었습니다.하루는 앓아 누웠던 참봉이 벌떡 일..

방정환 - 미련이 나라

미련이 나라 지고 간 대문 따뜻한 봄날이어요.젊은 남자 한 사람이 저의 집을 비워 놓고, 먼 시골로 가는데요, 저의 집대문짝과 문설주를 빼어서, 그 큰 것을 억지로 짊어지고, 땀을 뻘뻘흘리면서 가거든요.그래 하도 이상하여서,“여보게, 먼 시골로 간다는 사람이 왜 자네 집 대문을 헐어 짊어지고가나?”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젊은 양반 대답이,“대문을 그냥 두고 가면, 도둑놈이 들어가겠으니까, 떼어서 짊어지고가지요. 대문만 내가 가지고 가면, 아무도 우리 집에 못 들어갈것이니까요.”하거든요.묻던 사람도 그럴 듯하여,“옳지, 그거 참 그럴 듯한 꾀로군!”하고 탄복하더랍니다. 성 쌓아 새 잡기 한 농네에 전에 못 보던 이상하고 예쁜 새가 나뭇가지에 날아와 앉아서재미있게 울거든요.그래 그것을 잡아 보려고..

방정환 - 방귀 출신 최덜렁

방귀 出身[출신] 崔[최]덜렁여러 백 년 전 이야기로 퍽 우스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지요.그 때 서울 잿골 김 대신 댁 사랑에 최 덜렁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본 이름은 따로 있지만 성질이 수선스러워서 어찌 몹시 덜렁대는지, 모르는 다른 대신 집에서도 최 덜렁 최 덜렁 하게 되어 그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모르는 이가 없을 판이었습니다.너무 수선스럽게 덜렁대므로 하려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당치도 않은 딴일을 하여 실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때때로 능청스런 꾀를 잘 내므로 늘 덜렁으로 실수된 일도 능청으로 덮어 버렸습니다.하루는 김 대신의 부탁을 받아 가지고, 안동 서 판서 댁에를 가게 되었는데 타고난 천성이라, 대문을 바로 보고 들어가지를 않아서 서 판서 옆집 이대신 댁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방정환 - 三父子[삼부자]의 곰잡기

三父子[삼부자]의 곰잡기옛날 옛적 아주 오랜 옛날 이야기올시다. 동산에 병풍을 치고 앞산 뒷산담을 둘러서 불어오는 찬 바람도 길이 막혀 돌아서고, 밝은 해와 달도발돋음을 하고서야 넘겨다보는 두메 산골 한 동리에서 아버지 김 서방과맏아들 영길이, 둘째 아들 수길이, 세 식구가 날마다 재미있게 살아가는집이 있었습니다.그런데 가난한 이 세 식구는 땅이 없어서 농사도 못 짓고, 밑천이 없어서장사도 못하고, 오직 산짐승 사냥하여 겨우 그 날 그 날을 지내갔습니다.사냥을 한다고 해도 총이나, 칼이나, 창 같은 것이 없어 맨주먹에 몽둥이한 개씩을 들고 무슨 짐승이든지 만나는 대로 때려잡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노루, 사슴, 토끼 같은 작은 짐승은 말할 것도 없고, 산돼지나 곰같은 무서운 짐승이라도 만나기만 하면 영락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