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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 욕심쟁이 땅 차지 (톨스토이 동화)

오마갓 2017. 7. 24. 15:04

<톨스톨이 동화> 

욕심쟁이 땅 차지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은 옛날, 한 시골에 몹시 욕심많은 사람이 있었습니

다.

암만 쓰고도 그래도 남을 돈과, 혼자는 주체를 못할 만큼 땅을 많이 가지

고 있었건만, 원래 욕심이 사나운 사람이라, 땅만 보면 자기 땅을 만들고

싶어하고, 돈만 생기면 땅을 사고 사고 하였습니다.

그래 땅을 늘려 가는 데만 재미를 붙이고 살므로, 땅을 더 사기 위하여는

음식도 잘 안 먹고, 옷 한 벌도 깨끗하게 못해 입을 뿐 아니라, 이웃 사람

에게도 아무리 인정 없는 짓이라도 기탄 없이 하는 성질이었습니다.

남에게 돈을 취해 주고는, 그 세 곱절 네 곱절의 땅을 빼앗아 버리고, 땅

도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밥짓는 솥과 들어 있는 집을 빼앗아서, 그 걸로

더 땅을 장만하고 하여, 굉장히 많은 땅을 가졌건만, 그래도 그의 욕심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그 시골 영주(領主)가 그 소문을 듣고, 욕심쟁이를 불러 이르되,

“그대가 그렇게 땅을 많이 가지기가 소원이라니, 내일 아침 해가 솟을 때

말을 달리기 시작하여, 꼭 해가 질 때까지, 얼마를 돌던지 둥글게 휘돌아

오면, 그 돌아온 만큼, 십 리 둘레를 돌았으면 십 리 안의 땅을 모두 주고,

백리 둘레를 돌았으며 백 리 둘레 안 땅을 모두 그대에게 줄 것이니, 어떠

한가?”

하였습니다.

욕심쟁이는 이것이 꿈이나 아닌가 하고 기뻐하면서, 몇 번이나 대답을 되

짚어 해 놓고, 이튿날 해뜨기 전에 좋은 말 한 필를 골라 타고, 해가 솟기

를 기다렸습니다.

동편 산머리에 해가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욕심쟁이는 말을 달리기 시작하

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달려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돌아야 땅을

많이 얻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욕심쟁이는 말이 숨 쉴 새도 없이 채찍질을

하면서, 발 뒤꿈치로 말의 뒷다리를 자꾸 차면서, 멀리 멀리 달렸습니다.

그러니, 단 두 시간이 못 되어 말은 죽을 지경으로 헐떡거리고, 사람도 정

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욕심쟁이는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뛰어, 조금이라도 더 땅을 얻을 욕심에, 자꾸 자꾸 말 다리를 차면서,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달려 뛰었습니다.

점심때가 되니 점심을 먹일까, 말이 헐떡거리니 잠시라도 쉬기나 할까, 그

냥 그대로 달리어 해질 때가 가까이 되니까, 참말 굉장히 멀리 돌아서, 그 시골 땅이란 땅이 모두 그 안에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이 시골 땅을 모두 주게 생겼는걸…….”

하고, 영주와 모든 사람들은 놀랬습니다. 그러나, 산머리에 해가 돌아가려

고 할 때, 간신히 떠나던 자리에까지 달려 돌아온 욕심쟁이와 말은, 그만

땅에 폭 고꾸라졌습니다.

돌기는 굉장히 넓게 멀리 돌았지마는 너무도 심한 노력에 그만 거꾸러져

서,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땅 많은 부자 욕심쟁이는 자기가 구박하던 동네 사람들의 정성에 안기어,

동네 뒤 조그만 산턱에 따뜻히 묻히었습니다.

보니까, 그가 영구히 드러누운 무덤은 겨우 세 평도 못되었습니다. 그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 평만 하면 넉넉하고도 남을 것을, 공연히 그렇게 애를 쓰고 죽었구

나…….”

〈《어린이》 4권 9호, 1926년 10월호〉

방정환 ( 1899-11-09 ~ 1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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